현실이라는 높은 벽을 만났을 때

2월도 벌써 반 이상이 지나갔습니다. 만 2년이 되어가는 코로나 시대도 이제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2020년 2월에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이 해외 단기 선교의 마지막이었는데 이제 다시 해외의 문이 열리고 곳곳으로 복음과 사랑을 들고 나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이번 주일에는 2부 예배 중에 명예 장로, 권사 취임식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어찌 보면 야곱과 같은 삶을 살았던 분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셨고 일본강점기와 전쟁을 겪으셨고, 그 이후 이민자의 삶을 살며 자손들을 키워내셨던 분들이었을 것입니다.

형제와 제가 이분들의 삶을 칭송해 드리고 명예 장로와 권사로 임명해 드리는 것은 이민자 1세로 살면서 고생하며 살면서도 믿음을 지키고 자식들을 키워내신 것에 대한 우리의 감사의 표시입니다. 이분들의 고생이 없었다면 지금 저의 세대도 없고, 더 나가서 제 자식의 세대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 감사의 마음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이번 주일 형제와 나누는 말씀은 야곱의 이야기입니다. 얍복강 나루터에서 강을 건너기 전 깊은 고뇌에 빠져 있던 야곱의 모습을 생각하며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장면입니다. 야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소유를 두 떼로 나누어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하였고, 처자식들도 다 나누어서 강을 건너보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자기를 철천지원수로 생각하고 있을 형 에서를 만나러 가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젠 더 뭐를 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시점에서 야곱은 하나님과 대면하게 됩니다. 밤새 하나님께 매달리며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간구하였습니다. 하나님은 형 에서가 마음을 바꿀 것이라 약속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야곱에게 현실을 마주 할 수 있는 힘을 주셨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야곱의 이름을 바꾸어 주셨습니다. 이제는 형의 뒤꿈치를 잡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과 겨루어서 이긴 자,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이기었다면 어떠한 상황도 하나님께서 이기게 하신다는 메시지가 담긴 이름이었습니다. 그 하나님의 말씀에 힘입어 야곱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현실을 맞이하러 나갑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으나 그의 내면은 바뀌었습니다. 비록 그는 다리의 힘줄을 다쳐 절뚝이며 걸어야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힘으로 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형제와 저의 삶에도 더는 우리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현실의 벽을 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런 형제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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