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정상과 골짜기를 건너며

 

깊은 가을에 들어왔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차들은 얼음을 녹이고 출발해야 하는 날들이 벌써 왔습니다. 아직 여름옷이 옷장에 걸려 있는데 겨울옷을 찾아 입어야 하는 날들이 온 것이 아쉽지만 겨울은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계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긍휼을 베풀 사람들에게 복을 흘려보내는 형제가 되기를 기도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이번 주 가스펠 프로젝트의 말씀은 엘리야를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사건입니다. 이 본문을 읽으면서 저는 정말 공감하고 엘리야를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 목회의 경력이 짧았을 때는 엘리야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갈멜산에서 850명의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자들을 상대로 불을 내리는 대결을 펼치고, 그 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던 엘리야가 이세벨의 말 한마디에 도망을 갈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목회를 하다 보니 영적 절정의 순간이 있고, 뒤이어 영적 침체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교하고 나면 마음속에 다음 주에도 성도들은 내 설교에 귀를 기울여 줄까? 다음 주에도 이번 주 같은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 사역의 절정을 맛보았을 때 다음 사역에도 이런 기쁨이 찾아올까? 이런 부담감이 저에게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형 교회를 목회하던  목사님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들이 느꼈을 중압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였습니다. 

 

엘리야도 영적 절정의 순간을 경험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제단에 불을 내리시면서 하나님이 하나님이심을 보여 주셨고, 엘리야가 믿는 하나님만이 참된 신이심을 증명하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알의 선지자들을 다 처단하는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사벨이 너를 죽이겠다는 말 앞에, 너도 불을 내려 죽게 하겠다고 큰소리칠 만한 믿음의 배짱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숨에 가장 먼 곳까지 도망을 쳤습니다. 

 

그것이 인간입니다. 영적 정상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영적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이 인간입니다. 엘리야가 그랬고, 베드로도 그랬습니다. 어느 순간 두려움에 휩싸이면 논리적 사고를 할 수가 없고, 두려움에 휘말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엘리야를 질책하지 않으셨습니다. 먹이시고 위로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아침밥을 차려 주셨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지극히 잘 이해 하시고, 그 영적 침체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해 주신 것입니다.

 

갈멜산의 영웅 엘리야가 두려움에 떨 수 있다면 우리 누구도 두려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나님이 생각나 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함이 중요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용기가 되어 주고, 영적 침체에 빠지려 하는 지체를 향해 불을 내려 주셨던 하나님을 기억나게 해 주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저에게  형제가 그런 사람들이었고, 저도 형제에게 그런 친구가 되기 원합니다. 그렇게 함께 영적 정상을 오르고, 골짜기를 지나는 형제에게 사랑과 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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