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겨울이 이렇게 추운 줄 몰랐습니다. 지난주 미주 아버지학교 이사회가 있어서 1박 2일로 LA에 다녀 왔습니다. 오는 날 저녁 비행기에서 내려서 차까지 걸어오는 동안 추운 기운에 온몸이 얼어붙는 줄 알았습니다. 아침마다 살짝 얼음이 어는 이 날씨가 참 아름답고 상쾌하긴 하지만 밖에 다니기에는 추운 날씨임이 틀림없습니다. 형제 모두 따뜻하게 몸도 감싸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도 감싸며 예수님 탄생을 맞는 대림절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으로 많은 행사가 있었고, 개혁이 시작되었던 독일에 성지순례도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에 안타까운 것은 500주년의 기념행사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교회에 대한 마틴 루터의 외침이 지금 이 시대에 다른 틀 안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외침의 소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한 해였습니다.
개혁을 500년 전에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 교회가 변화를 시도했고 그 변화에 성공하여 지금의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변화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혹은 변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어려우니까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교회가 교회 되기가 정말 어려운 이 시대에 다시 한번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 예수님이 왜 이 세상에 오셨는지 생각해 보는 이번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틴루터의 종교 개혁은 500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복음의 본질에 우리 자신을 비추며 우리의 방향을 수정해 나가야 하며 우리도 모르게 학습되어 졌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의 변화는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지만, 교회는 날마다 새로워져야 하고 우리가 전하는 복음은 매일 새롭게 전해져야 합니다.
한국의 옛시조 중에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서 같은 무리로 취급받고, 자신도 까맣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가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말을 들으셨다면 이 세상에 오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까마귀 떼만 득실거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세상 속으로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까만 죄들을 변화시키셨습니다.
우리가 까마귀를 피해 다녀야 하겠습니까? 또한, 까마귀가 우리 곁으로 오지 못하도록 높은 담을 쌓아야 하겠습니까? 과연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예수님은 헛일을 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를 위해 생명을 내놓으셨는데 우리는 그 일을 헛일이라 여기고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12월에 우리가 그 성탄의 의미를 우리의 삶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