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보내는 편지

11월에 들어왔습니다. 이번 주일은 미국의 마지막 써머 타임을 해제하는 날입니다. 내년부터는 봄에 시간을 바꾼 후 계속 그 시간으로 간다고 합니다. 더 이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날들을 받고 사는 이 시기에 한 시간을 당겼다 미뤘다 할 필요가 없어진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형제와 저는 이미 여름에도 우리를 사랑하시고 비 오는 겨울에도 신실한 사랑을 보내주시는 하나님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믿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오늘도 힘차게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지난 한 주의 한국은 너무나 우울했습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뉴스에서는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다루는 것으로 가득해서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슬프고 안타까운 것은 한국이라는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질서와 치안과 위생 등이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세계를 선도해 나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번 참사는 그 자부심을 송두리째 깨뜨려 버리는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지난 주중에는 서울에서 지난 3년간 만나지 못했던 자매결연 교회 목사님들을 만났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지혜를 다 짜내며 견디어 온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는 듯한 목회자들을 보며 코로나가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또한 희망을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바뀌어 갈 세상에서 복음을 잘 지키고 전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목회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교회를 이끌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자매결연 목회자들과 그들이 속한 교회들과 협력하여서 할 일들을 생각하며 코로나 이후의 사역에 대한 소망을 보았습니다.

한국 땅은 이제 더 이상 25% 기독교 국가가 아닙니다. 그 반으로 떨어졌을 것이고 대학생의 기독교 율은 3%가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때는 한국이 부흥을 경험하던 시기였습니다. 한 반에 기독교인이 많았고 교회마다 교육부에 학생들이 차고 넘쳐서 콩나물시루같이 빽빽이 앉아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학교가 있는 교회가 50%도 되지 않습니다. 노령화된 교인들만 남아 있는 곳이 교회입니다.

그래서 두렵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한국 땅에 내려 주셨던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거두어 가시지는 않을까? 기독교의 지도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회개하며 주님 앞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많이 역부족이 아닐까? 사탄은 젊은이들과 다음 세대들에게 출세하기 위해서는 교회 따위 다니지 말고 더 공부하고, 주말에 더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 꼬드기는데 그에 반박할 만한 예시와 간증이 사라져 가는 교회의 모습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님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 하나 잘하고 있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는 이 시기에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고 싶습니다. 형제도 이 시기에 함께 저와 기도하며 기독교에게 어려워져만 가는 이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며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을 다음 세대에게 전할지 기도하여 보십시다.

그리고 전심으로 형제에게 권합니다. 예배에 목숨을 거십시오. 예배가 삶의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예배 가운데 만나는 하나님 영의 충만함으로 이 세상을 넉넉히 이기고 다스릴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 가장 중요한 예배의 자리에 오늘도 함께 하는 형제를 축복하며 주님이 다스리시는 형제의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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