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을 알래스카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밤 11시가 넘어도 밖이 환해서 커튼을 빈틈없이 치고 눈가리개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새벽에 다시 밝은 빛을 뿜으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다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다는 진실을 다시 깨달으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저는 이번 주말을 앵커리지 제일한인장로교회에서 보냅니다. 알래스카의 특성상 집회를 여름에 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곳의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여름 한 철의 관광 시즌이 제일 바쁘기 때문에 주말에 교회에 온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성수기에 집회를 하겠다고 나서 준 교회와 교인들에게 감사했습니다.
대부분의 이민교회의 문제는 고령화에 있습니다. 1세 교인들이 피땀 흘려 일하며 교회를 세우고 그 교회를 통해 다음 세대들을 교육시키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교회에서 자란 세대들은 더 이상 그 교회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 현상은 소도시의 경우 더욱 두드러집니다. 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자기가 고등학교 시절을 지낸 곳에 남아 있지 않고 대부분 다른 도시로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되고 교회는 그 교회를 세우고 일군 1세대들만 남아 점점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만나 본 많은 교회가 그 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 현상을 돌이켜 보려 안간힘을 쓰며 애쓰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한국의 인구 절감을 돌이키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지만 오늘 정책을 수립해서 시행한다고 해도 정작 인구가 다시 늘기는 더딥니다. 적어도 10년, 아니면 20년은 걸리는 일인 것처럼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교회를 다시 활성화 시키는 일은 1, 2년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지금 내 때에 바로 결과를 볼 수 없어도 장래 30년을 보며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결정을 하는 것보다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바라보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1세 분들이 앞으로의 30년에 내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내가 있을 10년 안의 문제에 더 신경을 씁니다. 그리고 10년이면 없어지고 다른 곳으로 떠날 다음 세대들을 위한 결정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 많은 이민교회가 힘들어하고 있고 활로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어떻게 이 길들을 걸어왔는가를 나누고 격려하며 앞으로 30년을 위해 투자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입니다.
하나님은 곧 문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던 형제교회를 (변종혜 장로님의 글에 의하면) 지금 오늘의 이 모습으로 성장시켜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저는 이 은혜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교회에 임하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형제도 이 기도에 함께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