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아닌 순종

시애틀은 겨울을 향해 가고 있지만, 제가 머무는 호주 브리즈번은 여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낮 기온이 화씨 70도를 넘고 곳곳에서 에어컨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시애틀의 여름이 생각납니다. 이곳에서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다음 세대를 믿음으로 세우려는 교포들을 만나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호주의 이민교회는 미국보다 역사가 짧기에, 제가 2000년 무렵 시애틀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하나님께서 형제교회를 통해 이루신 일들이 이곳에도 이어져, 하나님 나라를 향한 꿈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도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지난 주일 저녁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화요일 새벽에 도착했고, 하루를 머문 뒤 수요일 저녁 호주 브리즈번으로 왔습니다. 지금은 브리즈번 한인장로교회에서 집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크리스천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을 관람했습니다. 종교개혁 시대,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감내했던 프랑스 개신교도 위그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뮤지컬 속 여인들은 가톨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수십 년을 보냈습니다. 다시 가톨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 한마디면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들은 끝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느냐며 영웅이 되려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영웅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 했던 것입니다. 그 말이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은 특별한 영웅이 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편안한 길을 택하라는 유혹 앞에서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손해를 보더라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오늘 우리에게도 타협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진실보다 편안함을 선택하고 싶고, 순종보다 적당한 타협을 택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이 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하나님께 신실해지고자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감옥에 갇혔던 여인들은 시편을 찬송하며 긴 세월을 견뎠습니다. 서로를 격려하고 붙들어 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혼자였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고난을 함께 이겨 낸 것입니다. 그들의 찬송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고백이었고, 서로에게는 다시 일어설 힘이었습니다.

형제와 저도 때로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면, 우리는 걸어가야 합니다. 영웅으로 기억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신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혼자 걷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넘어질 때 일으켜 주며, 지칠 때 함께 찬송하는 동역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께서 신실하시기에 끝까지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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