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서니 시애틀도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도 8월 31일과 9월 1일의 날씨가 마치 계절이 바뀐 것처럼 달랐습니다. 계절의 온도는 점점 낮아지지만, 우리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지는 가을이 되기를 기도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저는 이번 주말을 워싱턴 D.C.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장로교회 설립 47주년 집회를 섬기기 위해 지난 목요일에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9월 11일 금요일 오전에는 펜타곤을 방문했습니다. 올해는 9·11 사태가 일어난 지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펜타곤에서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행사가 열렸고, 그날 펜타곤에서 일하던 분들과 여행 중이던 분들, 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의 유가족들이 찾아와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날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그저 지나간 사건으로 남겨두지 않고, 기억해야 할 역사로 만들어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좋은 일이든 아픈 일이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교훈을 얻어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는 것이 역사를 살아가는 지혜일 것입니다.
폴란드에는 아우슈비츠가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여행 중에 방문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아 직접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그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흔적들이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아픈 장소를 보존하고, 다시 찾아가 그 역사를 기억할까요?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를 통해 오늘을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성경도 그렇습니다. 성경은 믿음의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만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실패와 연약함, 넘어짐까지도 숨김없이 보여 줍니다. 왜 그럴까요? 성경은 완벽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넘어졌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여, 우리의 삶도 하나의 역사가 되어 갑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언젠가 자녀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질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잘한 일도 있고 부끄러운 일도 있으며, 기쁨도 있고 아픔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시간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어떻게 살아내느냐입니다.
자녀들은 우리의 말보다 우리의 삶을 통해 믿음을 배웁니다. 우리가 어떻게 기도했는지,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붙들었는지, 넘어졌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를 보며 하나님을 알아갑니다. 그러기에 완벽한 모습을 남기려 하기보다 연약한 우리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남겨야 합니다. 우리의 눈물과 기도, 다시 일어섰던 믿음의 순간들이 언젠가 자녀들의 믿음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여, 우리의 삶을 하나님의 손에 맡겨 드립시다. 그러면 실패도 아픔도 눈물도, 작은 기쁨과 승리도 하나님의 은혜가 새겨진 믿음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훗날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를 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부모님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을 붙들고 끝까지 신실하게 살았습니다.” 그 한마디가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길 가장 아름다운 믿음의 유산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형제의 삶과 예배 위에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